절망을 딛고 일어서는 담쟁이


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담쟁이

 

제가 서울에서 목회를 하던 교회는 빨강벽돌로 지은 건물이었습니다. 벽돌을 쪼개서 하나하나 붙여,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전체는 기도하는 손과 같은 아름다운 건물이었습니다. 내부는 초대교회가 핍박받을 때 기도하던 카타콤(지하묘지)와 같은 무게가 있습니다. 유명한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종교건축중의 하나였습니다. 정말 아름다운 것은 건물구조가 아니라, 교회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였습니다.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교회벽을 치장했던 담쟁이는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. 대학다닐 때 신학관도 이 담쟁이가 감싸고 있었습니다. 오랜 역사를 가진 돌벽에 봄부터 가을까지 싱싱한 담쟁이가, 그리고 겨울에는 메마른 담쟁이가 신학생들을 보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. 시인 도종환은 그런 담쟁이를 노래합니다. 담쟁이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, 불굴의 의지를 노래합니다. 저 것은 벽,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,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고 했습니다. 사람들은 물 한방울 없다고,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할 때도,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했습니다. 시인의 눈에 비친 희망은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고 말합니다.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. 세상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,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고 했습니다. 아마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, 찬 비바람도 맞고, 뜨거운 햇볕도 받아들여야 했을 것입니다. 그러나 절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,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안 담쟁이는 묵묵히 한 뼘씩 올라갔을 것 같습니다. 우리가 보는 담쟁이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지요.

절망 가운데 희망을 보여주며 묵묵히 벽을 오르던 분이 우리 주님이십니다. 그런 주님이시기에 자랑스럽고 내게 힘이 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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